Meitei / Sen'nyū [LP]
56,000원

2024년의 마지막 달, 메이테이는 오랜 세월 증기와 신화, 그리고 광물의 기억에 적셔진 도시 벳푸에 도착했습니다. 벳푸 100주년을 기념하는 온천 앰비언트 음악 작업을 의뢰받은 그는, 땅에서 소리가 솟고 시간이 안개에 들러붙는 이 도시의 지열적 심상지리에 깊이 몸을 담갔습니다.


잊혀진 시대를 명멸하는 청각적 유물로 승화시키는 ‘잃어버린 일본(失日本)’ 시리즈로 알려진 메이테이는, 만 옆에 자리한 100년 된 여관 '야마다 베소우(Yamada Bessou)'의 창고에 머물었습니다. 2주 동안 그는 증기, 돌, 대기 그 자체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작품 《Sen’nyū(泉涌)》는 온천 문화의 내면적인 정신을 추적합니다. 물이 길을 찾듯, 음악은 조용히 그러나 필연적으로 떠올랐으며, 메이테이의 공감각적 감수성과 장소에 대한 깊은 감응으로 형성되었습니다.


마이크를 든 그는 벳푸의 성지인 타케가와라 온천, 보즈 지옥, 헤빈유, 야마다 베소우의 개인 욕실을 돌아다녔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온천의 숨결, 부글대는 진흙, 증기 소리가 나는 구멍, 대나무를 스치는 바람, 방문객들의 속삭임을 포착했습니다. 이러한 현장 녹음은 《Sen’nyū》의 음향적 기반이 되었는데, 이는 피어오르는 안개와 변화하는 열기까지 소리로 재현하려는 깊은 경청의 행위입니다.


하나의 연속된 작품으로 펼쳐지는 《Sen’nyū》는 유황과 돌 사이로 안개처럼 떠다닙니다. 보즈 지옥의 베일에 싸인 광기, 야마다 베소우 욕탕의 유령 같은 잔향, 타케가와라 온천의 나지막한 목소리들을 가로지릅니다. 그것은 물의 인내, 땅의 기억, 그리고 세대를 이어 이곳에서 몸을 담근 손길에 바치는 조용한 경의의 표현입니다.


과거의 메이테이 작품들이 희미해져 가는 일본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을 전달했다면, 《Sen’nyū》는 더 촉각적인 존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상상 속의 음악이 아니라, 장소로부터 마주친 음악. 그의 작업은 장소에서 태어나고, 형성되며, 그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음악, 즉 환경음악(環境音楽)의 정신에 가까워집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메이테이는 타케가와라 온천 내부에 이틀간 공개 사운드 설치를 구상했고, 라이브 공연으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관객들은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소리에 잠겼고, 장소와 신체, 그리고 경청의 의식이 체현되었습니다.


《Sen’nyū》는 온천을 중심 주제로 한 메이테이의 첫 번째 앨범이자, 그의 ‘잃어버린 일본’ 프로젝트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입니다. 이번 장은 〈失日本百景〉(잃어버린 일본 백경)이라는 확장된 제목 아래, 현대 사회 속에서 여전히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그리움의 장소들을 탐색하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이번 앨범과 함께 메이테이가 벳푸에서 보낸 시간을 시각적으로 기록한 첫 사진집도 공개되며, 지금까지 소리로만 쌓아온 그의 세계에 새로운 층위가 더해집니다.


《Sen’nyū》는 일본을 주제로 한 메이테이의 헌신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갑니다. 그것은 의식이자 회상이며, 벳푸라는 땅의 광물적 영혼 속으로 깊이 잠수하는 행위입니다.


· 8월 8일 발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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