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 / 슬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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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시는 혼자 쓰이지 않는다.


‘슬픈 시’의 영어 제목은 ‘Our Poetry’다. 여기서 ‘우리(Our)’는 구체적으로 누구일까 궁금했다. 인터뷰에서 수진은 참 많은 이름, 얼굴을 떠올렸다. 말하자면, 여기서 우리는 ‘나’를 포함한 배타적 그룹으로서의 우리가 아니라, 이것이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정서에 관한 음반임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힘겹게 삶과 맞부딪혔던 친구의 얼굴이기도 하고, 거리에서 본 낯선 이의 뒷모습이기도 하다. 슬픔은 개인화된 감정이 아니다. 운문(poetry)처럼 일상의 언어가 낯선 문학의 운율로 묶일 때 그것은 정신이 된다. 우리의 형식이고 우리의 감정이 된다.


[슬픈 시 (Our Poetry)]를 듣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시’를 듣는 행위와 조금 다르다. 우리가 누구였는지 되묻고,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하는지 떠올리는 일이다. 소리의 예술로서 음악은 모든 실패와 지연 그리고 불완전한 접촉이 그만의 기록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완성하는 정서 역시 누군가의 ‘다다르지 못한 말’의 집합일지도 모르기에, 앨범은 미완의 말들, 닿지 못한 감정들, 말로는 옮기지 못한 사랑을 대신하여 연주한다. 소속되지 않은 자들의 합창이 된다. ECM의 모토가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the Most Beautiful Sound Next to Silence)였던가. 이 음반은 소리나 시가 아니라, 그 소리를 내고 시를 말하기 전의 고요다. 아니, 그것을 말하려 했던 수많은 시도들의 발화하기 직전의 숨결이다.


-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Byungwook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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