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원 / Time Travel
20,000원

연주되는 순간 소멸해 버리는 시간 예술인 음악 앞에 늘 노심초사였습니다.
일기 쓰듯 기록하고 남겨두고 싶은 생각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레코딩을 시작하게 되었고
무용과 수업 반주를 오랫동안 해오며 모은 곡을 선별해
<최지원 발레클래스 음악>을 발매했습니다.
발레 수업을 위한 음악은
동작의 특성과 순서, 길이에 맞게 곡을 선택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원곡의 특징이 다소 희미해지거나
곡의 길이가 짧아지기도 합니다.
편곡의 묘미를 즐기며 가볍고 화사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나
동작 이름이 그대로 적힌 트랙별 제목대로
애초에 목적을 둔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이와는 별개로
제 내면의 이야기들. 언젠가부터 차곡히 쌓아온 진짜 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reminiscence -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작은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더욱더 개인적인 의미와 색깔을 담은 음반이었죠.


그리고 오늘 그 연장선으로 <Time Travel>이란 앨범을 올립니다.
아득한 곳에서 시작된 신비한 전설.
그 속에서 만난 잔잔한 호수와 무서운 돌풍.
꿈속인 듯 아닌 듯 이지적인 공간에서
읊조리듯 이어지는 고백과 반성을
'여행'이란 모티브로 그려보았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다 보면
굉장히 드물기는 하지만 아주 가끔
시공간을 초월해 있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나'라는 형상은 없어지고
연주하는 제 모습이 다른 누군가가 되어 보여요.
리듬의 파편으로 깨진 대기는 진동으로 가득한데
오히려 제겐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지는 아이러니한 순간입니다.

깨어지는 적막이 찰나였다는 걸 의식하는 순간
대기의 소음도 돌아오고 연주하고 있는 선율도 또렷해집니다.


지난 시대의 곡들은 안도감과 위안을 주었습니다
어루만지듯 조심스레 몇 곡을 담았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이번 여행의 끝을 맺었습니다


우리 서로 생각하는 과거와 시간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어떤 계기가 되어 내어주신 귀한 시간에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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