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권 / 야즈드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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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노래


푸른 새벽, 너의 노래를 이불처럼 덮고 누워 있었다. 너의 노래는 비행운이 반짝이는 유년의 바다로 나를 데려갔다. 그 바다에 무수히 다가왔다 멀어지는 파도를 바라보는 한 소년이 있었다.


바다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이야기를 썼다가 지우길 거듭하고 있었다. 밤이 오고 사람들의 마을에 불이 꺼진 뒤에도 소년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바다는 답장 없는 편지 같았다. 소년은 외로워 보였다.


세월이 흐르고 소년은 자라고 그는 한때 자신의 눈 속에 담겼던 풍경들에 답장하듯 노래를 짓는다. 밤하늘의 별과 별을 이으며 사라진 것들의 안부를 묻던 그날처럼,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곤 했던 그 밤처럼, 음과 음을 별처럼 이어 노래를 만든다.


언제까지 어두울까요?
얼마나 더 걸어가야 할까요?
삶에 서툰 그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페이지 같은 삶 앞에 서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둠 속 반짝이는 것을 쥐고 걷는 사람은 더는 어둡지 않다. 스물다섯인 그 소년, 소년이었던 네가 조약돌처럼 작은 빛을 이제 세상에 건넨다. 나는 그것을 본다.


- 장혜령 (시인, 호권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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