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5
1분기가 끝났다.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예정보다 빠르게 핀 벚꽃이 떨어진다.
6개월 전까진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1년 전 오늘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오래 고민하다가 그날 용기가 났다.
수관기피를 만들려고 식목일에 말을 꺼냈나 보다.
어디든 길은 있다고, 일단 나와서 시작했다.
배워서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모르는 것 투성이다.
매일 보는 얼굴이 변함없어 보이듯, 내가 하는 일도 변화가 없는 것 같았다.
회사를 나와서 이런 걸 하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거의 석 달이 걸렸는데,
보여줄 만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고, 내놓을 만한 결과가 나온 건 더더욱 아니었다.
더 늦어지면 말할 수 없을 것 같았고, 현진 님의 글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가게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현진 님의 고유한 색깔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아서, 탄생할 공간이 기대도 되고,
도전하는 모습이, 새로운 걸 한다고 말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내가 시작한 것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진 님은 바로 음반을 주문하셨고,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고 하시더니,
4일 뒤에, 지금 서울인데 내려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괜찮다면 만날 수 있을지 연락하셨다.
입점과 팝업 이야기는 그때 처음 나왔다.
그리고 한 달 뒤, 이번엔 내가 울산에 방문했다.
공간에는 주인이 반영되어 있다고, 현진 님의 머릿속이라고 생각했다.
머릿속이 정말 이토록 고요한 것인지 궁금했다.
이어서 이웃 가게들을 소개해 주셨고, 파프리카 사장님을 그날 처음 만났다.
동네 어르신께서 집 열쇠를 잃어버리셨는지, 사장님이 열쇠집을 수소문해 해결하고 계셨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를 느꼈다.
주말이라 두 가게가 바쁘기도 했고, 당일치기라 깊게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날의 느낌으로 두 장소에서 두 분과 함께 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 뒤로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다.
처음 하는 팝업임에도 이상하리만큼 걱정이 안 된다.
두 분께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셔서다.
최근 소일에 있는 점장일기에 글이 쌓인 걸 발견하고 읽었다.
스스로 팝업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없다고 쓰신 글을 읽고,
나 역시 각종 제작과 공간구성을 두 분이 하고 계셔서, 하는 것 없다고 느끼던 터라,
결론적으로 파프리카 사장님 혼자 일하고 계시구나 생각했다.
열심히 해야겠다.
박자와 속도도 일정하지 않지만, 무언가 담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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