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7
photo by nam joonghyo
세상에는 좋은 음악이 많지만, 취향에 꼭 맞는 음악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런 음악을 찾기 위해 매일 같이 음악 세계를 탐험합니다.
코듀로이를 단어가 아닌 이름으로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2월이었습니다.
'Tails On The Hill'에 수록된 첫 번째 곡 'Buoy'의 부드럽고 서정적인 기타 연주가 좋아서 앨범 전체를 들었습니다.
들을수록 지금껏 찾고 있던 음악을,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녀의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큰 깃털과 파동을 닮은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새해에 문득 'Tails On The Hill'이 떠올라서 연락을 드렸어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첫 메일을 보낸 기억이 나는데요.
곧바로 회신을 주셔서 놀랐고, 친절하고 자세한 내용에 감사했어요.
덕분에 앨범 소개를 마치고, 이렇게 인터뷰도 진행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노래를 만드는 코듀로이라고 합니다.
코듀로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나요?
처음 이 이름을 가까이 붙이게 된 건 2015년에 한 SNS 계정을 만들 때였습니다. 그즈음 좋아했던 뮤지션이 코듀로이 소재로 된 옷을 많이 입었는데, 자연스레 눈에 띈 그 옷의 색감과 질감이 주는 느낌을 좋아하게 되어, 원단의 이름과 이미지를 프로필로 설정하곤 했습니다.
닉네임으로 쓰게 된 이름과 저에게서 나오는 뉘앙스에 닮은 점이 있다고 여겨, 큰 고민 없이 활동명으로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닮은 점이라 하면 "꽤 시간이 지난 듯한 바래짐과 투박함”이고, 특유의 포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 세련된 느낌이 좋았습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가장 처음 기억이 궁금합니다.
처음 악기를 접하게 된 것은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우면서입니다.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몇몇 기억 중에, 초등학교 6학년 때 다니던 교회의 성인 성가대가 연습을 끝내면, 불이 꺼진 합주실에서 성가 악보집을 펼쳐 혼자 피아노와 노래를 연습했던 기억이,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시작입니다.
언제부터 곡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2012년 여름, 처음으로 피아노 연주곡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hidden love is waiting', 당시의 제가 기다리곤 했던 어떤 마음에 대한 곡입니다.
작곡을 마친 새벽에 전자 피아노로 연주를 녹음하고,
녹음해둔 소리를 낮에 재생하면서 마이크로 재녹음한 기억이 납니다.
그 연주가 담긴 음원과, 당시 유튜브에 영상의 썸네일이 있어 전달드립니다.
이 곡은 앨범에 수록된 곡인가요?
사실, 3번째 EP 'Tails On The Hill'의 마지막 트랙 'Prayer13,16,15,21'의 가장 앞에는 그 해의 숫자인 '12'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네 곡에 비해 잘 꺼내 듣지 않았던 곡이기도 하고, 10년이 지난 당시의 감성을 잘 담아낼 자신이 없어서 수록에서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하게 여기는 곡(앨범)이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지요.
지난 2021년 봄, 세 번째 EP를 발매한 것이 저의 마지막 발매이자 음악 창작의 쉼표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발매한 3장의 앨범 수록곡들을 평평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곡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연약한 마음으로 던져보는 다짐과 약속, 건네고 싶은 작은 격려 등에서 출발했습니다.
시간에 맞는 위안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모든 곡의 메시지와 매무새가 "생긴 그대로" 어울리게 완성되었다고 요즘 생각합니다.
그래도 유독 손이 자주 가는 곡이 있다면 'Tails'이고, 좋아하는 가사는 데뷔 앨범에 담긴 '나의 그림'이라는 곡입니다.
주로 다루시는 악기가 피아노에서 기타로 바뀐 것 같아요.
학창 시절 피아노에 대한 애정과 실력 향상에 대한 욕심이 커질 즈음, 현실에 부딪히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고, 점차 악보를 읽는 감각이 둔해지면서 제가 가까이에서 체득할 수 있는 소리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봄, 우연히 보게 된 어쿠스틱 기타에 관한 영화를 통해 처음 핑거스타일 장르를 알게 되었고, 따라 연주하면서 기타 한 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소리에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곡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기타 소리를 통한 감정 구상이 다른 악기보다 조금 더 빠른 것을 느끼고, 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피아노는 멀어진 만큼 선망하는 악기입니다.
앨범 아트워크도 직접 그리셨어요.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부탁드려요.
앨범을 만들었던 행보 중에는 저와 닮은 것에 대한 고집이 항상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인과 함께하는 것에 이유 모를 두려움도 있겠지만, 제가 가진 곡에 관한 기억이 그대로 표현되기에,
온전히 혼자여야 가능한, 시간적 여유로 그림을 택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곡이나 앨범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싱어송라이터 류수아 님과 함께하는 CCM 팀 'Son'의 이름으로 첫 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기독교 고전 찬양인 찬송가를 편곡하여 수아 님과 제 목소리의 합이 담긴 어쿠스틱 악기 기반의 음반이 될 것 같습니다.
곧 있을 공연을 앞두고, 오랜만에 노래로 전하고 싶은 말들을 떠올려 보는 요즘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코듀로이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모든 정성의 결과가 흩뿌려짐에 불과하더라도, 어딘가에는 씨앗으로 심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음악은 제게 그러한 씨앗이 되어 지금을 쉬이 살아갈 수 없게 하는 기록의 책임이자 잊지 못할 희망이 됩니다.
한국의 싱어송라이터 코듀로이(Corduroy)는 핑거스타일 연주를 기반으로 컨트리/포크 장르, 피아노 연주로 작곡을 시작, 악보 없이 들리는 것들을 손으로 옮기는 작업을 좋아해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할 때도 그 방식 그대로를 적용합니다. 또 자연 상태에서(앰비언트) 배음을 찾고 가져오기를 좋아하여 겹겹이 쌓는 화성 음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CCM 밴드로도 활동하고 있고, 다른 뮤지션의 앨범 작업에 연주(세션)와 보컬,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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