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u

2025.06.03



작년 여름에는 새로운 앨범이나 음악가를 찾고 있었다.

지수가 좋다며 들어보라고, 앨범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

발매된 지 몇 개월이 지난 앨범이었다.
그 소리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음반으로도 제작되었는지 찾아봤다.

어떤 게시물을 발견했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문의를 남겼다.

유통에 대해 호의적인 회신을 받았다.

CD를 취급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그건 앨범 발매를 기념하여 만든 향이었고, 음반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은 한국에서 음반을 제작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이것이 첫 번째 오해였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다.

멋진 음반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상상하고 있는 음반의 모습을 설명해 드렸다.

앨범 아트워크에 사람이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있어서, 앨범 제목의 뜻이 먹는 행동을 뜻하는 '食(くう)'인 줄 알고,
식기가 포함된 한정반을 아이디어로 냈다.

알고 보니 앨범 제목의 뜻은 '食'이 아니라 비움의 뜻인 '空(くう)'이었다.

이것이 두번째 오해였다.


덕분에 식기의 종류를 정하는 고민이 해결되었다.

공기(空器)로 하면 알맞겠다고 생각했다.

나츠미 상도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해 주었다.

이후에는 비용과 조건 같은 숫자들과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재료에 관해 협의했다.

나츠미 상은 나를 믿어주었고, 중간중간 예상 일정과 진행 상황을 공유하면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을 모두 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반에 넣을 공기는 전부터 마음속으로 정해둔 곳에 작업을 부탁드렸다.

언젠가 함께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지금 같았다.

'창문상점'은 제주도 한경면에 있는데, 문을 열기 전부터 소식을 듣고 있다가 방문했다.

그때 산 접시는 지금까지 자주 손에 잡힌다.

제주의 흙이 섞여 있기도 하고, 소성 과정에서 철 성분이 녹아 생긴 갈색 점도 매력적이다.

음악과 앨범에 관한 정보를 들려드리고, 나머지는 나츠미 상이 믿어준 것처럼 나도 믿기로 했다.


패키지는 '空'에 초점을 맞추고 디자인했다.

음반 속에 공간을 두기 위해 상자 형태로 만들었고, 열었을 때 빈 상자처럼 보이게 하려고 CD를 상단에 고정시켰다.

일부러 인쇄물도 넣지 않았고, 꼭 필요한 정보는 CD 뒤로 가려지게끔 했다.

CD는 디자인이 존재하지 않는 부분은 은광 상태로 두어 하늘이나 얼굴이 반사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형태, 서체, 크기, 후가공 등에서 상당히 많은 고민과 수정을 거듭했다.

나츠미 상과 주고받은 메일도 여러 통이지만, 업체와 주고받은 대화가 정말 많았다.

작년 7월에 지수의 추천으로 들은 앨범이 1년 동안 나를 행동하게 만들 줄 몰랐지만,
하나의 음반을 만들면서 그동안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해보고 싶었던 것도 할 수 있어서 재미있게 했다.

무엇보다 사계절을 모두 보내고 다시 돌아온 여름에 음반을 떠나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진 : @zisu_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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