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2023.10.17



지금까지 받은 제안에는 연결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찾지 못했다.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은 매니저님과 제주에서 올라오신 직원분께서 답을 알려주시기 전까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사진을 보고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의 흐름에 맞게 곡을 나열했다.
팝업 첫날은 사진처럼 화창했고, 기분 좋은 공기까지 음악과 잘 어울렸다.
각 시간대가 되면 생각한 곡이 잘 들린다.
카페에서 하루를 지내보니 재생 시간이 더 길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근무하시는 분들은 같은 음악을 매일 여덟 번 듣게 되실 텐데, 마지막 날이면 곡 순서와 멜로디를 외우고 계시지는 않을지.

결제 단말기를 세팅했다.
단말기에서 가나다순으로 상품을 정렬해 두면 찾기 편할 줄 알았으나, 익숙하지 않은 음반 이미지와 제목을 현장에서 빠르게 매칭하기에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요청에 의해 상품 순서대로 앨범 이미지를 정렬하면서 더 이타적으로 생각할 필요를 느꼈다.

음감회를 했다.
필요했던 장비와 물건을 준비해 주신 덕분에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아침에는 햇살이 길게 들어왔다.
전면 문을 모두 개방해서 날씨와 계절이 직접적으로 느껴졌고, 주변의 자연이 편안했다.
맑은 날씨를 기대하면서 고른 앨범도 덕분에 잘 어울렸다.
수관기피를 시작한 이후 음악만 듣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밝고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다.
다들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다양한 목소리와 아이들의 웃음과 동물 소리가 음악과 섞였다.
손님이 가득 차고 빠지기를 몇 차례.
바쁜 정거장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이 스텝 프린팅처럼 사람들의 잔상을 남게 한다.



초여름에 음반을 구매하신 손님의 근무지에서 팝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기억에 남는 건 어떤 건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걸 알아가는 과정에 운 좋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팝업을 시작하기까지 소통해 주신 매니저님과 현장에서 정성 다해 도와주고 계신 제주점의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 모르게 뒤에서 팝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힘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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