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산들

2023.05.04



일주일간의 팝업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짐은 이틀 뒤에 도착했다.

상자 안에서 파프리카와 소일 향이 난다.

음반과 사진집을 꺼내 정리했다.

아직 꽃가루가 남아있다.


처음이라 잔뜩 힘이 들어가서, 말 그대로 온라인을 통째로 옮겼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공연을 구상했고, 서울에 사는 친구와 동료에게 각각 사진과 영상 촬영을 부탁했다.

잘 하고 싶어서 욕심이 났다.


울산에서 지내는 동안, 같은 규모로 다시 팝업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마음 맞는 것 만으로 시작한 팝업이었고, 든든한 조력자가 있어서 준비, 진행, 마무리 과정 모두 좋았다.

상상으로도 그리지 못했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파프리카의 김동현 사장님과 소일의 현진님은 준비 단계부터 수관기피를 자신의 사업체처럼 여기고 진심을 다하셨다.

전시대와 무대를 제작해 주셨고, 안내문과 포스터, 현수막, 브로슈어 같은 출력물을 디자인, 제작해 주셨다.

팝업을 위해 파프리카와 소일에 놓인 기물과 가구를 비우기로 하셨고, 소일에선 과감히 메뉴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파프리카는 메뉴를 최소화해서 운영했다. 덕분에 두 공간은 멋진 전시장이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공연 섭외에 응해주신 코듀로이님은 한 시간가량의 공연을 위해 서울에서 울산까지 자차로 오가셨다.

사진작가 태훈이는 바쁜 일정을 미루고 팝업에 시간을 맞춰 첫날 사진 촬영을 해주었다.

전 직장에서 3년 넘는 시간을 함께한 완석님은 더 좋은 영상을 남기기 위해 사비로 장비를 준비해 오셨다.


팝업을 통해 느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목표나 내용과 관련이 없었다.

내 곁의 사람들을 잘 챙겨야겠다는 다짐이 메아리처럼 반복되었다.


꿈같은 시간을 보낸 덕에 3일이 지난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고등학생 때 방학마다 철원에 있는 조카를 보고 돌아올 때와 같은,

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라 오래 간직하고 싶다.







파프리카와 소일

파프리카 내부

소일 내부

청음 환경

좋은 기분

리허설과 공연 이후 사인회

완석님이 찍어주신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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